끄적끄적

첫 면접까지, 그 이후

뇽원 2024. 7. 18. 14:55

대학교를 처음 입학하고 나서 "내가 정말 4학년이 올까?", "졸업하고 취직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4학년이 되어있었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시기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래도 병역 문제와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인구직 플랫폼을 둘러보며 거의 20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던 것 같다. 전에 한 회사에 서류 합격을 하여 코딩 테스트를 봤지만 처참하게 탈락하고 나서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이력서를 넣은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개인정보는 모두 모자이크 했습니다.

 

정말 꿈같은 기회였다. 코딩 테스트가 아닌, 현업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렜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설레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면접 일정을 조율하고, 면접 일정을 확정했다.

 

하루종일은 아니지만, 면접 전까지 계속해서 면접 준비를 했다. 도대체 개발 관련해서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래도 처음인 만큼 좀 더 완벽한 대답을 하고 싶어 면접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이력서를 돌려보고, 예상 질문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니, 느끼지도 않았고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을 부풀려서 얘기하기 싫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고 나서의 후폭풍도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과 개발 가치관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정리했다. 물론 이력서뿐만 아니라 개발 관련 지식들도 공부하며 정리했다.

그렇게 면접일이 다가왔다. 내가 사는 순천은 비가 안 왔는데, 서울엔 비가 미친 듯이 왔다. 첫 면접인데 비에 다 젖은 채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올라갔다. 내 생에 첫 면접의 떨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배가 고파 서울 가기 직전 휴게소에서 밥을 간단하게 먹었다. 점점 서울과 가까워질수록 내 심박동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밥도 코로 먹나 입으로 먹나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그래도 긴장된 마음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었다. 체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러고 면접 장소 근처에 도착을 했다. 면접 장소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배웅해 주며 해주셨던 아버지의 응원을 듣고, 사랑하는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순수한 부모님의 마음이 이제는 얼마나 감사한 지 알게 되었다. 큰 힘이 되는 응원을 가슴에 새겨둔 채, 면접 시간 전까지 주변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면접 질문들과 떨리는 내 마음을 정리했다.

 

너무 긴장이 된 탓에, 줄담배를 폈다. 피면서도 미친 듯이 떨렸다. 주변엔 아버지도 없고, 친구도 없었다. 그저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어림풋

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붙진 않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면접 장소로 올라갔다. 층 수가 높진 않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심스럽게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다정하신 여성분께서 앞에서 마중 나와 주셨다. 면접 장소까지 안내해 주셨고, 거기서 면접 시간 전까지 잠시 기다렸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회사 고양이가 있다길래 그 고양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고 면접관 분들이 들어오셨다. 사실 그 이후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떤 대답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이 안 난다. 그저 솔직한 내 마음만을 얘기했던 것 같다. 그래도 두 분이 정말 나를 배려해 주시는 게 눈에 보였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정말 잘해주셔서 말이 술술 나왔다.

 

면접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고 강남의 거리로 나왔다. 비가 와서 습하긴 하지만, 면접을 마치고 나온 홀가분한 마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이었다. 순천까지 내려가며, 내가 했던 대답들을 다시 가다듬어 봤다. 그렇게 좋은 답변은 못했다. 아니, 질문의 의도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답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조차도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시는 아버지의 눈빛엔 아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천천히 순천에 내려왔다. 저녁으론 친한 형과 막창에 소주를 마시며 서로 오늘 고생 많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면접 때 비록 좋은 답변은 못했지만, 나 스스로를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나를 응원해 준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감사했다. 응원을 담은 메시지들은 하나같이 주옥같았고, 그 응원에 힘입어 용기를 가지고 면접을 볼 수 있어서 진짜 감사했다. 나를 생각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진짜 나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도 언젠간 꼭 이루는 바 모두 이루기를 기원하고, 기원할 것이다.

 

글이 용두사미지만, 글 솜씨가 빼어나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읽으며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읽어줘서 감사하다.

 

내 첫 면접을 응원해준 아버지, 어머니, 친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