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처음 입학하고 나서 "내가 정말 4학년이 올까?", "졸업하고 취직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4학년이 되어있었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시기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래도 병역 문제와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인구직 플랫폼을 둘러보며 거의 20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던 것 같다. 전에 한 회사에 서류 합격을 하여 코딩 테스트를 봤지만 처참하게 탈락하고 나서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이력서를 넣은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정말 꿈같은 기회였다. 코딩 테스트가 아닌, 현업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렜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설레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면접 일정을 조율하고, 면접 일정을 확정했다.
하루종일은 아니지만, 면접 전까지 계속해서 면접 준비를 했다. 도대체 개발 관련해서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래도 처음인 만큼 좀 더 완벽한 대답을 하고 싶어 면접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이력서를 돌려보고, 예상 질문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니, 느끼지도 않았고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을 부풀려서 얘기하기 싫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고 나서의 후폭풍도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과 개발 가치관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정리했다. 물론 이력서뿐만 아니라 개발 관련 지식들도 공부하며 정리했다.
그렇게 면접일이 다가왔다. 내가 사는 순천은 비가 안 왔는데, 서울엔 비가 미친 듯이 왔다. 첫 면접인데 비에 다 젖은 채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올라갔다. 내 생에 첫 면접의 떨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배가 고파 서울 가기 직전 휴게소에서 밥을 간단하게 먹었다. 점점 서울과 가까워질수록 내 심박동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밥도 코로 먹나 입으로 먹나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그래도 긴장된 마음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었다. 체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러고 면접 장소 근처에 도착을 했다. 면접 장소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배웅해 주며 해주셨던 아버지의 응원을 듣고, 사랑하는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순수한 부모님의 마음이 이제는 얼마나 감사한 지 알게 되었다. 큰 힘이 되는 응원을 가슴에 새겨둔 채, 면접 시간 전까지 주변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면접 질문들과 떨리는 내 마음을 정리했다.
너무 긴장이 된 탓에, 줄담배를 폈다. 피면서도 미친 듯이 떨렸다. 주변엔 아버지도 없고, 친구도 없었다. 그저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어림풋
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붙진 않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면접 장소로 올라갔다. 층 수가 높진 않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심스럽게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다정하신 여성분께서 앞에서 마중 나와 주셨다. 면접 장소까지 안내해 주셨고, 거기서 면접 시간 전까지 잠시 기다렸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회사 고양이가 있다길래 그 고양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고 면접관 분들이 들어오셨다. 사실 그 이후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떤 대답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이 안 난다. 그저 솔직한 내 마음만을 얘기했던 것 같다. 그래도 두 분이 정말 나를 배려해 주시는 게 눈에 보였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정말 잘해주셔서 말이 술술 나왔다.
면접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고 강남의 거리로 나왔다. 비가 와서 습하긴 하지만, 면접을 마치고 나온 홀가분한 마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이었다. 순천까지 내려가며, 내가 했던 대답들을 다시 가다듬어 봤다. 그렇게 좋은 답변은 못했다. 아니, 질문의 의도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답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조차도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시는 아버지의 눈빛엔 아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천천히 순천에 내려왔다. 저녁으론 친한 형과 막창에 소주를 마시며 서로 오늘 고생 많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면접 때 비록 좋은 답변은 못했지만, 나 스스로를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나를 응원해 준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감사했다. 응원을 담은 메시지들은 하나같이 주옥같았고, 그 응원에 힘입어 용기를 가지고 면접을 볼 수 있어서 진짜 감사했다. 나를 생각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진짜 나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도 언젠간 꼭 이루는 바 모두 이루기를 기원하고, 기원할 것이다.
글이 용두사미지만, 글 솜씨가 빼어나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읽으며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읽어줘서 감사하다.
내 첫 면접을 응원해준 아버지, 어머니, 친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